아라비아의 로렌스부터 글래디에이터까지 — 사막 도시가 스크린이 된 이유

모로코 남부, 해발 1,160m의 고원 위에 앉은 도시 와르자자트(Ouarzazate)를 영화 역사와 분리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이 도시가 처음 세계의 카메라를 끌어당긴 건 1962년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기 위해 인근의 드넓은 건조 대지와 카스바를 택했고, 그 선택이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지는 '사막 촬영지 관행'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와르자자트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의 목록은 영화사 교과서에 가깝다.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2000)와 킹덤 오브 헤븐(2005), 마틴 스코세이지의 쿤둔(1997),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2004), 그리고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까지. 아이트 벤 하두 카스바가 노예 도시 아스타포르로 등장한 장면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그 성벽이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와르자자트가 '아프리카의 할리우드'라는 별명을 얻은 데는 풍경 이상의 이유가 있다. 아틀라스 필름 스튜디오(Atlas Film Studios)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영화 스튜디오 중 하나로, 면적이 약 30만 평방미터에 달한다. 상설 세트장에는 이집트 신전, 티베트 사원, 로마 시대 거리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데, 이 공간 하나가 지중해와 중동, 중앙아시아를 동시에 연기해왔다. 연간 300일을 넘기는 일조량, 적은 강수량 덕분에 야외 촬영 일정을 예측하기 쉽고, 마라케시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라는 접근성, 모로코 정부의 적극적인 촬영 지원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스튜디오 투어는 현재 일반 관광객에게도 열려 있다. 철거되지 않고 남은 세트장을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경험은 꽤 묘하다. 빛바랜 파라오 석상 앞에서 미이라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는 순간, 이 도시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는 감각이 찾아온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야만 보이는 것 — 지형이 만드는 극적 전환

마라케시에서 와르자자트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N9 국도를 타고 아틀라스 산맥의 주요 고갯길인 티치카 패스(Tizi n'Tichka, 해발 2,260m)를 넘는 이 구간은 모로코 내에서도 지형 변화가 가장 극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마라케시 쪽에서 출발하면 처음에는 붉은 흙과 올리브 과수원이 이어진다. 고도가 오르면서 아르간 나무가 사라지고, 베르베르 마을들이 암벽 사이에 숨듯 박혀 있는 풍경이 나온다. 티치카 고개 정상에서는 눈 덮인 산봉우리와 남쪽으로 뻗은 갈색 사막 능선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이 광경 하나만으로도 차를 세울 이유는 충분하다.
고개를 내려오면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 식생이 줄고 암반이 드러나며 공기가 건조해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강바닥에는 물 대신 모래가 차 있고, 팜 그로브(야자 숲)가 간헐적으로 나타나 오아시스 도시임을 알린다. 와르자자트에 도착하는 순간, 아틀라스 산맥 이쪽과 저쪽이 얼마나 다른 세계인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틀라스 산맥은 지중해성 기후권과 사하라 기후권을 가르는 실질적인 경계다. 북쪽은 겨울에 비가 오고 여름이 서늘하지만, 산맥 이남의 와르자자트부터는 연간 강수량이 150mm 안팎으로 떨어지며 사막 기후가 시작된다. 차 안에서 체감하는 그 '전환의 감각'이 사실은 수백 킬로미터 규모의 기후대 이동이다.

아이트 벤 하두와 와르자자트, 같은 날 묶어야 하는 이유

아이트 벤 하두(Aït Benhaddou)는 와르자자트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차로 30분 거리다. 마라케시에서 와르자자트로 이동하는 날, 이 두 곳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가 여기 있다. 별도의 날을 잡아야 하는 우회가 아니라, 이미 그 길 위에 아이트 벤 하두가 놓여 있다.

아이트 벤 하두는 11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흙벽돌(피세) 카스바 마을이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드라아 강 건너편 언덕 위에 요새처럼 쌓인 형태가 특징이다. 현재 일부 주민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단순 유적지와 다르다. 건기에는 강을 걸어서 건너고, 우기에는 작은 보트를 이용한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목록은 와르자자트 스튜디오 못지않다. 알렉산더의 바빌론, 글래디에이터의 일부 장면, 왕좌의 게임의 미린과 아스타포르, 넷플릭스 시리즈들까지 — 이 카스바의 흙벽은 수십 년간 수백 개의 시대와 장소를 연기했다. 건물 사이를 걸으면 층층이 쌓인 붉은 흙벽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데, 이 빛의 질감이 렌즈에 잘 담긴다는 걸 촬영 감독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이트 벤 하두를 둘러본 뒤 와르자자트 시내로 들어오면 타우리르트 카스바(Kasbah Taourirt)가 기다린다. 19세기 글라우이 부족장 가문이 지은 이 카스바는 현재 일부가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전통 베르베르-아랍 건축 양식을 안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아이트 벤 하두가 야외에 펼쳐진 스케일이라면, 타우리르트 카스바는 베르베르 귀족 가문의 내부 생활 공간을 들여다보는 느낌에 가깝다.
두 곳을 같은 날 보는 건 시간 효율 이상의 문제다. 아이트 벤 하두의 외향적인 웅장함과 타우리르트의 내밀한 구조가 서로 대비되면서, 카스바라는 건축 유형이 얼마나 다양하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하루 안에 이해하게 된다.
사막 직전의 도시가 가진 고유한 정서

와르자자트를 경유지로만 보는 여행자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이 도시는 사막의 입구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막과는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사하라의 고요와 황량함이 아니라, 그 직전에 존재하는 어떤 '준비의 공기' 같은 것.

시내를 걷다 보면 카스바 골목과 현대식 행정 건물이 어색하게 공존한다. 영화 제작 시즌에는 각국에서 온 스태프들이 숙소와 카페를 채우고, 오프 시즌에는 베르베르 상인들의 수공예 시장이 조용히 돌아간다. 영화 산업과 전통 문화가 서로를 잠식하지 않고 병렬로 존재하는 분위기는 모로코의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와르자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더라도, 이 도시를 의식적으로 통과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흐름을 바꾼다. 마라케시의 메디나 소음에서 빠져나와 조용하고 넓은 고원 도시를 거친 뒤 사막으로 내려가는 동선은, 감각의 급격한 전환이 아니라 단계적 이완에 가깝다. 그것이 아마도 와르자자트에서 멈춰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트래블러스맵 모로코 12일 일정에서의 와르자자트

트래블러스맵의 사막의 푸른별, 모로코 12일 상품은 4일 차에 마라케시를 출발해 아이트 벤 하두와 와르자자트를 거쳐 다데스 협곡까지 이동하는 일정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동선 — 티치카 고개를 넘어 아이트 벤 하두를 둘러보고, 와르자자트를 통과해 협곡으로 향하는 흐름 — 이 그대로 일정에 반영되어 있다.

카사블랑카·마라케시·페스·라바트 4대 도시에 셰프샤우엔과 탕헤르, 볼루빌리스 로마 유적, 메르주가 사하라 사막까지 아우르는 9박 12일 루트다. 전 일정 한국어 가이드 단독 투어와 전문 인솔자 동행으로 운영되며, 항공료·숙박·식사·입장료가 포함된다. 공동경비(1인 100유로)는 현지 가이드 팁, 기사 팁, 생수 등으로 별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 2026년 11월·12월 출발 일정에 한해 오픈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650만 원 → 595만 원). 항공 요금 변동에 따라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일정이 정해졌다면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로코 오픈 할인이벤트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행 문의 및 예약 안내

사막의 푸른별, 모로코 12일 상품의 상세 일정과 출발 가능일은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정 선택이나 동반 인원 구성, 싱글차지 등 세부 사항이 궁금하다면 아래 방법으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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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금 50만 원(현금) 입금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최소 출발 인원 8명 모집 후 여행계약서를 작성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출발 30일 전 잔금 결제 시 카드 또는 현금 모두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