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족. 남자여자 8명씩, 어른아이 8명씩.
흔치않은 조합으로 각종 여행사의 문을 두드리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이 곳.
무슨 여행사라고? 트래.. 뭐?? 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가며 비용보다도 효율적인 여행, 가족이 모두 행복한 여유로운 여행이라는 점을 설득해 가며 그렇게 여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현지의 냄새를 좀 더 맡아보게 하고 싶었고, 쇼핑으로 인해 버리는 시간이 없었으면 했습니다. 굳이 해외에 나가서 한국식을 먹어야 될까 하는 의문속에서 유일하게 현지식을 고집하는 곳이었고, 옵션이나 가이드팁에 대한 걱정없이 오직 여행에 대한 설레임만 가지면 될 듯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는 여행사의 연락을 받고 가을 옷 몇 개를 챙겨간게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그렇게 덥지 않은 날씨로 캄보디아는 우리를 맞아주었고, 아담한 도시 씨엠립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첫 인상은요? 입국 심사에서 벌어지는 원달라. 늦장 대응. 길게 늘어선 줄. 저 코끼리 상 너머로만 넘어가면 좋겠는데, 무언가 빠졌다고 적으라고 하고, 그 옆에서 적을라 치면 뒤로 가라고 호통치는 입국심사 직원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긴 어려웠습니다. 아예 체념하고 마지막 꼬리를 물고 들어가니.. 그래도 `원달라`를 외치는 그들에게 `한국식 미소`를 보내주었지요. 함께 웃었습니다.
늦은 밤.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3시가 되었을 그 시간에 겨우 호텔에 도착하고 짐을 대충 풀고 잠자리에 들었네요.
여독이 있을 거라고 일정도 늦추고 (우리끼리 여행이었기에 가능한 현지에서의 일정조정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맞이한 아침.7시도 채 되지 않아 거리가 분주해 지고, 노래소리 흘러나오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이내 잠이 달아나 버립니다. 그렇게 캄보디아의 아침은 우리나라에서 만큼이나 분주하게 흘러갔습니다.
여행 일정 내내 우리 팀이었던 주희씨, 빽씨, 보타나씨. 헤어진 지 며칠 안되지만 벌써 그리워지는 군요. 가족여행이라 늘 아이들을 챙겨주면서 일정을 조절해 주고, 때로는 지쳐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어른들에게는 유적지를 충실히 볼 수 있는 자유도 마련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아마도 아이들끼리 거닐었던 씨엠립 거리는 서울 한 복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톤레샵이라는 거대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동이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고, 원달라를 외치며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동정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불쌍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그런 삶을 선택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손만 닿으면 얻을 수 있는 먹을 것들. 물고기, 천연과일. 따뜻한 날씨. 풍부한 물. 우리 나라 사람이었더라도 능히 그러지 않았을까요? 신이 준 선물인지 아니면, 게으름의 마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여기 사는 사람들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크메르의 역사에 맞춰 둘러본 앙코르 유적지는 대단하다는 이야기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 많은 돌들을 가져다 쌓고 조각을 하려면 당연히 민중들의 희생도 따르겠지요. 그 희생 속에서 유적은 탄생하고 그 후손들은 유적을 통해 생활을 하고.. 분명한 건 그 나라 왕들이 유적을 만들면서 이런 관광을 신경쓰지는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씁쓸하네요.
자국의 역사를 자국 사람들이 설명하지 않고, 외국인이 설명한다면 얼마나 웃긴 일일까요? 경복궁을 보면서 외국인이 조선시대가 어쩌고, 왕과 백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마치 우리 문화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이야기한다면 슬픈 일일 겁니다. 유창한 한국말로 떠드는 주변 여행사의 한국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문화를 우리 식으로 재단하고 있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설명해 준 보타나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양한 현지식과의 만남과 저녁식사 후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느껴보는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입에 다소 맞지 않은 음식들도 있었지만, 향신료를 열심히 빼주신 덕분에 그래도 굶진 않았고,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나이트마켓과 올드마켓으로의 산책은 시골 장터마냥 북적거리는 묘미가 있더군요. 올드마켓은 낮에 가는게 백미인 듯 싶습니다.
가게 주인들과의 물건 흥정은 불신의 끝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과연 맞게 산 것일까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상황. 인상 좋은 것도 영어 잘 하는 것도 필요치 않더군요. 그래서, 내가 쓴 이익을 좋은 곳에 쓴다는 `공정여행샵`이 오히려 비싼 가격에도 마음은 편한 듯 합니다.
호텔 수영장이 좁고, 깊어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못한 게 조금 아쉬웠고, 툭툭이 타면서 모래바람이 계속 눈코입을 간질거려서 좀 불편했습니다.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내내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었고, 생각보다 밍밍한 망고쥬스 맛이 떨떠름했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작은 불편함일 뿐 여행 내내 가졌던 즐거운 기억을 갉아먹진 못하는 군요.
마지막 날, 비행기가 연착이 되면서 한 시간 동안 가졌던 한 가게에서의 맥주 한 잔이 못내 그립네요. 흥에 겨운 외국인들의 즉석 공연도 재미있었는데. 정들었던 보타나와 작별을 하고, 잠깐이지만 우리를 도와준 지아씨와도 인사를 하고 공항에 들어섰습니다. 출국하면서도 `원달라`를 외치는 그들. 습관일까요? 그냥 웃었습니다. 함께 웃더군요.
좁은 공항에서 새우잠을 자야하는 건 아쉬운 추억이었지만, 그래도 불어오는 순풍덕분에 한국에 오는 시각은 30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도착하고 나니, `캄보디아의 햇살이 그리울껄요`라던 `빽`의 말에 수긍을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눈이 참 멋지네요.
이번 여행 계획하면서 느낀 건 경쟁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라, 상품의 가격도 더 싸지고, 다양하고 더 좋아진다고 하지만, 내 입맛에 딱맞는 상품을 찾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저런 가격으로 싸게 팔 수 있는 지, 왜 옵션이나 우리나라 음식들이 나오는지 그 곳에 가보니 대충 느끼겠습니다.
이익의 추구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녀온 공정여행은 생각지도 않은 좋은 경험과 생각할 여유를 안겨 주었네요. 이런 여행사가 있어 주어서 고맙고, 직원분들의 헌신적인 노력들로 좋은 기억만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번창하셔야 합니다.
좋은 여행, 좋은 추억, 좋은 사람들.
2014년을 시작하는 첫 달에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어꾼 쯔란!
덧)
홍보직원같아서 이런 말을 안 쓰려고 했지만..
혹시라도 이 여행후기를 보시는, 예전 저처럼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비싼 가격에 놀라지 마시고, 그냥 지르시길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돈을 절약하려면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맞겠지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즐기려면 제 값을 내고 가는 게 맞을 겁니다. 다음에는 수상촌 홈스테이도 한 번 도전해 봤으면 좋겠네요. 그 때에도 좋은 이 여행사 흥하셔서 이 프로그램 계속 끌고 가셔야 합니다~
여행자 gaustour님이 2014년 1월 26일에 작성해 주신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