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무용수의 무아지경으로 빠져든 모습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용동작의 화려함이나 기술 그 자체보다도 저토록 집중하여 카리스마를 뿜으며 무대에 서고 있는 무용수의 몸짓은 슬픔을 소리 낼 수 없는 처절한 영혼의 절규처럼 보여 숨을 죽이며 그 깊은 슬픔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간다.
스페인어로 두엔데(duende)라는 말이 있다. “도깨비”라는 의미의 이 말은 영어로는 두엔데이- 불가사이한 매력, 마력을 의미한다.
안달루시아의 시인 로르까는 스페인 예술의 정체를 두엔데라는 말로 설명한다. 스페인의 예술과 플라멩코의 이해를 위해 거장들이 말하는 두엔데가 무엇인지 덧붙여본다.
“두엔데는 죽음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념 속에서, 소리 속에서 혹은 손짓과 발짓 속에서 두엔데는 창조주와의 단도직입적인 정면 싸움을 좋아한다. 천사와 음악의 여신은 바이올린이나 잘 맞는 리듬을 좋아하지만 두엔데는 상처입히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치료하는 행위 속에는 인간이 만든 작품 속의 천재적인 것, 독창적인 것이 들어 있다. 스페인에서는 죽음이 다가오면 휘장이 벗겨진다. 스페인 사람들은 벽과 벽 속에 갇혀 살다가 죽음의 순간 햇빛 아래로 나오게 된다.” – 로르까
최고의 현대 플라멩코 레이블인 누에보스 메디오스(Nuevos Medios)의 설립자인 마리오 빠체코은 두엔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두엔데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아티스트들은 두엔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두엔데는 훈련과 테크닉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떤 성질이다. 영혼의 밑바닥으로부터 끌려 나오는 절규이며 시간 밖으로 당신을 인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의 순수한 교감상태가 그 순간의 스페인 문화의 일부다. 그래서 청중들은 투우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플라멩코에서도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듯 두엔데는 스페인의 예술혼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는데 그 정의는 비유로 표현되고 있어 그 의미를 한 두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아무튼 훌륭한 플라멩코의 공연를 지켜보면 두엔데가 아닌 그 어떤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 처절한 절규에서 나오는 혼이 실린 그 경지를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면 스페인 여행은 태양보다 더 뜨거워 질 수 있다.
마드리드의 세계적인 따블라오 Corral de la Moreria 에서 만난 플라멩코는 그 명성답게 무용수들이 현란한 동작과 기술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손동작, 발동작 하나 하나가 놀라웠다.
기타연주와 가수의 음성은 구슬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비야의 한 파티오에서 벌어지는 바일레(춤) 플라멩코 공연이었다. 혼과 슬픔이 서린 몸짓이었다.
사실이지… 플라멩코를 한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플라멩코는 깐떼(노래), 바일레(춤), 또까(기타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가지가 어우러져 플라멩코를 완성한다. 플라멩코는 인도, 이집트를 지나 스페인의 안달루시아까지 들어온 집시들의 춤이 안달루시아의 토속춤과 혼합되어 만들어진 안달루시아의 전통춤이자 집시들의 춤으로 알려져 있다.
뒤틀린 박자감, 아름답게 표현되기 보단 원초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나 감정으로 보이는 동작들, 속속들이 이해하기 힘든 깊은 슬픔의 곡조, 서양무용과는 달라 보이는 춤사위를 지켜보노라면 저들에게는 사무친 슬픔이 있었나 보다 싶다. 아름답고 멋스럽게 사랑을 유혹하듯 플라멩코를 추는 무용수도 있지만 아름다움 이전의 그 사무친 절규와 몸부림을 만나게 되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로 청중을 함께 데려가 준 무용수나 가수, 연주자들에게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한 감정인 카타르시스에 보답하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플라멩코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플라멩코는 그냥 춤이 아니구나… 그냥 노래가 아니구나...
내공을 가진 무용수를 만나게 되면 어린 아이들도 무용수가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아가 그 슬픔에서 강렬한 인간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가 있다.
스페인으로의 여행, 그 안에서 다시 만나도 좋을 스페인의 정열 – 플라멩코
다시금 그 뜨거운 에너지와 만나러 가고 싶다.
*본 여행기는 2012년 12월10일 투어 디렉터 블루의 답사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