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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초등학교 다닐 적에 가수 김추자가 부른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제목대로 월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김상사가 맘에 든다는 내용이다. 실제 동네 친척 중에 월남전에 참전한 오빠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집에 놀러갔다가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의 사진을 본 기억이 뇌리에 선명하다. 월남에 참전하러 가는 맹호부대를 응원하는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도 있다. 남자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하면 한 편은 꼭 공산당 아니면 베트콩이었다. 이렇게 베트남은 내 어릴 적 치열한 전장의 모습으로 삶의 곳곳에 스며 있었다. 그 시절로부터 50년 만에 베트남으로 향했다. 그 동안 TV에서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베트남 여성의 친정나들이가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방되고 도약중인 베트남의 모습을 봐왔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의 베트남은 정글과 고엽제와 흰 아오자이로 더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전국의 단체 활동가 24명과 함께하는 여정이기에 더욱 설렜다.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에서 나서는 순간 베트남은 후끈한 열기로 먼저 내게 다가왔다. 오토바이의 소음과 매캐한 공기 속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은 50년 세월을 시간여행해 2016년의 현실을 내 코 앞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여정은 충분히 내 마음을 매료시키고도 남는 추억이 되어 쌓여갔다. 첫날, 하노이 구도시에 있는, 베트남 여행 시에 모두가 꼭 들른다는 호엔끼엠 호수를 들러보며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노이의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곳으로 호엔끼엠이라는 이름은 ‘검을 돌려준 호수’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 맞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여성사 박물관을 들렀다. 일행 모두가 단체의 여성 활동가들인 만큼 관심 또한 많은 곳이리라. 박물관에는 베트남 여성들의 역사가 빼곡히 전시되고 있었다, 때로는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하고, 전장으로 떠난 남성들 대신 생계를 떠맡아야 했을 베트남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베트남의 유명한 이동수단인 씨클로를 타고 수상인형극장으로 향했다. 한데, 인형극이 상영되는 내내 인형극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림 막 뒤 물속에서 막대로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이쯤 되면 병인 듯 싶다 ^^ 둘째 날은 베트남의 옛 수도 닌빈으로 향했다. 고대 유적군 호아루를 관광하고 때마침 내리는 비를 맞으며 땀꼭 쪽배 투어에 나섰다 비가 쏟아지는 호수는 물안개와 흐드러진 연잎이, 아련하고 처연한 마음을 들게 하며 더 특별한 감동을 느끼게 했으니 속옷까지 젖게 내리던 비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 지 ... 셋째날, 하롱베이로 향했다 화면을 통해 수도 없이 마주 했던 하롱베이의 신비한 섬들 사이를 유람선을 타고 오가며 해산물로 점심식사를 느긋하게 즐기면서 일행들과 나누는 담소가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 사파.. 사파로 가는 여정은 시작부터가 특별했다. 야간열차의 침대는 안락했고 뽀송했다. 야간 침대열차 여행이라니 .. 불현듯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생각나며 로맨틱한 상상에 잠겨들었다. ㅎㅎ 개발의 광풍이 불고 있는 듯한 사파의 시가지를 거닐고, 소수민족의 신나는 전통무용을 감상하며 하루를 즐긴 후, 담날, 만반의 준비(?)를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트레킹에 나섰다. 소수민족이 사는 따핀 마을로 향하는 길은 더 없이 아름답고, 부드러웠고, 푸근했다. 낯선 베트남의 땅을 깊숙이 걸으며 온몸으로 대지의 향기를 흡입했다. 이 후련함과 만족감은 실로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던지 .. 정성을 다해 차려준 자오족 안주인의 식사와, 소주와 맛이 흡사한 자오족의 술을 한 잔씩 하며 도란도란 나눴던 서로의 속 얘기들 .. (정말 좋은 술, 과음을 했는데도 담날 눈꼽만큼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으니 이거 명주 아닌가 싶다) 사파의 밤하늘에 쏟아지던 별들은 사파이어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세다가 설핏 잠들었던 그 밤.. 어느 덧 나는 어린 왕자가 되었고, 알퐁스 도테의 ‘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 내 어깨에 내려앉은 별을 꿈꾸었다. 이제 더 이상 베트남은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는 사진에 나오는 네이팜탄으로 타들어가며 절규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천진하게 웃어주던 아이들과, 내 팔목에 손수 만든 헝겊 팔찌를 묶어주던 자오족 여인 까미의 선한 눈빛으로 내 삶의 한 켠에 자리잡고, 내가 힘들고 고달플 때 언제든 들춰보며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솔자 이샛별님, 로컬가이드 썬, 24분의 샘들 .. 잘 지내시나요?

강*숙2016년 8월 11일

초등학교 다닐 적에 가수 김추자가 부른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제목대로 월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김상사가 맘에 든다는 내용이다.

실제 동네 친척 중에 월남전에 참전한 오빠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집에 놀러갔다가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의 사진을 본 기억이 뇌리에 선명하다.

월남에 참전하러 가는 맹호부대를 응원하는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도 있다.

남자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하면 한 편은 꼭 공산당 아니면 베트콩이었다.

이렇게 베트남은 내 어릴 적 치열한 전장의 모습으로 삶의 곳곳에 스며 있었다.

그 시절로부터 50년 만에 베트남으로 향했다.

그 동안 TV에서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베트남 여성의 친정나들이가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방되고 도약중인 베트남의 모습을 봐왔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의 베트남은 정글과 고엽제와 흰 아오자이로 더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전국의 단체 활동가 24명과 함께하는 여정이기에 더욱 설렜다.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에서 나서는 순간 베트남은 후끈한 열기로 먼저 내게 다가왔다.

오토바이의 소음과 매캐한 공기 속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은 50년 세월을 시간여행해

2016년의 현실을 내 코 앞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여정은 충분히 내 마음을 매료시키고도 남는 추억이 되어 쌓여갔다.

첫날, 하노이 구도시에 있는, 베트남 여행 시에 모두가 꼭 들른다는 호엔끼엠 호수를 들러보며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노이의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곳으로 호엔끼엠이라는 이름은 ‘검을 돌려준 호수’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 맞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여성사 박물관을 들렀다. 일행 모두가 단체의 여성 활동가들인 만큼 관심 또한 많은 곳이리라. 박물관에는 베트남 여성들의 역사가 빼곡히 전시되고 있었다, 때로는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하고, 전장으로 떠난 남성들 대신 생계를 떠맡아야 했을 베트남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베트남의 유명한 이동수단인 씨클로를 타고 수상인형극장으로 향했다.

한데, 인형극이 상영되는 내내 인형극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림 막 뒤 물속에서 막대로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이쯤 되면 병인 듯 싶다 ^^

둘째 날은 베트남의 옛 수도 닌빈으로 향했다.

고대 유적군 호아루를 관광하고 때마침 내리는 비를 맞으며 땀꼭 쪽배 투어에 나섰다

비가 쏟아지는 호수는 물안개와 흐드러진 연잎이, 아련하고 처연한 마음을 들게 하며

더 특별한 감동을 느끼게 했으니 속옷까지 젖게 내리던 비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 지 ...

셋째날, 하롱베이로 향했다

화면을 통해 수도 없이 마주 했던 하롱베이의 신비한 섬들 사이를 유람선을 타고 오가며 해산물로 점심식사를 느긋하게 즐기면서 일행들과 나누는 담소가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 사파..

사파로 가는 여정은 시작부터가 특별했다.

야간열차의 침대는 안락했고 뽀송했다. 야간 침대열차 여행이라니 ..

불현듯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생각나며 로맨틱한 상상에 잠겨들었다. ㅎㅎ

개발의 광풍이 불고 있는 듯한 사파의 시가지를 거닐고, 소수민족의 신나는 전통무용을 감상하며 하루를 즐긴 후,

담날, 만반의 준비(?)를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트레킹에 나섰다.

소수민족이 사는 따핀 마을로 향하는 길은 더 없이 아름답고, 부드러웠고, 푸근했다.

낯선 베트남의 땅을 깊숙이 걸으며 온몸으로 대지의 향기를 흡입했다.

이 후련함과 만족감은 실로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던지 ..

정성을 다해 차려준 자오족 안주인의 식사와, 소주와 맛이 흡사한 자오족의 술을 한 잔씩 하며 도란도란 나눴던 서로의 속 얘기들 .. (정말 좋은 술, 과음을 했는데도 담날 눈꼽만큼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으니 이거 명주 아닌가 싶다)

사파의 밤하늘에 쏟아지던 별들은 사파이어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세다가 설핏 잠들었던 그 밤.. 어느 덧 나는 어린 왕자가 되었고, 알퐁스 도테의 ‘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 내 어깨에 내려앉은 별을 꿈꾸었다.

이제 더 이상 베트남은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는 사진에 나오는 네이팜탄으로 타들어가며 절규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천진하게 웃어주던 아이들과, 내 팔목에 손수 만든 헝겊 팔찌를 묶어주던 자오족 여인 까미의 선한 눈빛으로 내 삶의 한 켠에 자리잡고, 내가 힘들고 고달플 때 언제든 들춰보며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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