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유럽 여행은, 서유럽의 역사와 예술속에 내가 걸어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는듯한 여행이었다.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다빈치의, 미켈란젤로의, 반고호의, 라파엘로의, 베르니니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고민을 함께 와인을 한잔 하면서 나눈 듯한, 카라바죠의 반항과 방랑을 함께하는 듯한, 그래서 아주 오랜동안 잊고 있었던, 잊고 산 줄도 몰랐던, 나의 동경과 노스탤지어를 기억하게 했던 그런 여행이었다. 이런 여행을 만들어준건 열정이 넘치는 가이드님들의 덕이었다. 정말 너무나 행운이었던 거지. 하나같이 로마를, 베네치아를, 빠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분들이었다. 그 도시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그 도시를 잘 설명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가이드를 섭외하는 곳이어서 내가 트래블러스맵을 선택했지. ㅋ
로마는 너무 많은 작품과 작가들을 한꺼번에 만나서 버거웠고,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에 한 명씩 만나보고 싶은데, 로마는 너무나 오랜 시간 찬란했었고, 너무나 많은 매력적인 작가들의 자취가 남겨져 있어서, 한명씩 느끼고 만나려면 그냥 로마에 살아야되나? 싶은... 그래서 김미란 가이드님은 로마에 눌러살게 되셨나? 이해가 되는... ㅎㅎ
베네치아는 자유롭고, 적당히 이기적이며, 그래서 사랑에 빠지기 쉬운 도시!!! 근데 뭔가 이어질 인연이 아니라 물처럼 쉽게 썰물빠지듯 금방 또 떠나갈듯한... 썸씽 스페셜을 노리고 여행을 계획하려면 베네치아를 가라. 싱글인 자유로운 영혼, 내 친구들아... 듣던것만큼 잘생긴 이탈리아 카사노바들이 눈에 보이진 않았으나 멋진 곤돌리어 있다더라. 우리 배 말고 서석자 언니네 가족팀과 난주씨, 지연언니 탔던 배 곤돌리어 엄청 멋졌댔는데... 지연언니, 그 곤돌라 아저씨 사진 좀 보내주세요. ㅋ 그리고, 베네치아의 가이드 쎄바~~ 베네치아 곳곳에 숨겨져있는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 너무 좋았습니다~~
스위스는 만년설을 보고 있으니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알프스를 보면서 어떻게 속이 좁겠어? 스위스인들은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저절로 넓은 사람이 될것 같다는... 알프스 산중턱을 날아볼수 있었던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었던 많이 지쳐있던 나를 만나고, 내 안의 나를 위로했던 시간... 그 시간에 나와 함께 그 순간을 교감해준 고마운 사람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열심히 살고있다고 할수록, 이성만을 탑재하고 사느라 나는 아주 많은 걸 잊고 살고 있었구나 깨닫는 여행이었다. 공감을, 여유를 잃어가며, 그래서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는것은 아니었을까?
대망의 빠리!!!! 빠리. 빠리. 빠리. 빠리는 세번 써줘도 부족하다. 아주 오랬동안 가고 싶었다. 아주 오랬동안 빠리를 걷는 나를 꿈꿔왔었다.
한때 나는 장꼭또의 불안을, 보들레르의 치명적인 반항과 거부를, 사르트르와 보부와르의 평생에 걸친 자유로웠던 사랑을, 그 모든 그들을 동경하고 사심없이 부러워하고 마음껏 공감하는게 너무 행복했었는데. 빠리가 가고 싶었던 것도 그들의 감정을, 그들의 문화를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하고픈 것이었는데... ㅋ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그냥 좋은 곳에 딸과 함께 가고 싶다는 로망으로 변했다. 그러나 막상 펼쳐진 현실은 내 기대와 많이 다르게도 사춘기 중3을 이끌고 유럽여행을 온 무모함. 딱 그 뿐일뿐... ㅋ
우리 딸에게는 나랑 많이 다른 의미의 빠리였을텐데... 그걸 인정하기가 힘들어서 또 내 아이를 내 관점으로, 내 잣대로 판단해버리고 맘에들지 않아 속상해한다.
아직은 공감의 능력이 성숙하지 않을수도, 공감되는 문화가 다를수도, 변하지 않는 고전보다는 당장의 유행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일수도, 과거의 지나가버린 사람들보다는 현재나 미래의 사람들과 더 공감이 될수도 있는건데. 그게 옳지 않다 함부로 내가 말하면 안되는건데...
하나뿐인 내 딸을 키우면서, 나는 참 많이도 시험에 들고 넘어진다. 정말 가끔은 너무나 밉고, 가끔은 울고 싶어질때도 있다. 그리고 또 그것보다 더 가끔은, 정말 가끔은, 함께 뭔가 좋은 것들을 공유하는것에 너무나 큰 행복을 느낀다.
이번 여행의 가장 힘든 날중 하나였던 파리 투어 일정 후 나는 바또 무슈를 타고 한번 더 둘러본 곳들을 곱씹고 싶고 에펠탑 위도 올라가보고 싶었으나,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와 그냥 호텔에 돌아오면서 살짝 아쉽기도 했는데... 난 그날 선물을 받았었다. 아이와 둘이 감성 폭발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같이 따라 부르며 이런 저런 소소한 얘기들을 하며... 드물게, 아주 드물게여서 더 소중한 그런 시간들... ㅋ
그리고 빠리의 마지막 밤. 반짝 반짝 별처럼 빛나는 에펠탑의 모습을 보면서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아서 떨렸다. 좋아서 떨리는 마음을 내가 얼마만에 느껴본건지 잘 모르겠다. 남편과 결혼 전 연애할때 정말 심장이 아플만큼 뛰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의 내가 지금과 같은 나였기는 한건지, 그때 내곁에 있던 그 멋졌던 남자가 지금 이 남자와 동일인물이 과연 맞는지, 가끔은 애잔하기까지 한 저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하며 살고있다는... ㅋ
그 남자가 있는 한국으로 나는 지금 돌아가는 중이다. 나와 소미가 없는동안 불편함과 외로움을 견뎠을 그 애잔한 남자를 위해 돌아가면 딱 이틀만 잘해줘야지. ㅋ
아까 공항으로 오는 중에는, 시간에 쫓긴 폭풍 쇼핑으로 엄청 피곤하고 졸렸는데, 비행기안에서 여행 후기를 끄적이고 있는 지금은 주위 사람들 다 자는데 혼자 깨어있다.
이제 마지막 느낌은 그저 너무너무 아쉽다. 정말 큰 맘먹고 오게된 것이어서 끝이라는게 아쉽고, 로마는 맛도 제대로 못봤는데, 줬다 다시 빼앗아간 기분이다, 베네치아는 진짜 비싼 보석은 보여주지도 않고 숨겨둔 느낌이고, 스위스는 그 자연을 내 발로 걸으며 하이킹을 했어야 제대로 알프스와 호흡하는건데 그걸 못해서 아쉽고, 빠리는 그저 한달 살아보기만이 답이다.
이 소중하고, 아쉬운 여행에 함께였던 모든 분들 오랬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고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Special Thanks to 덩덩님. 빠리지엔처럼 새침하고, 여리하고, 도도하게 생겨서는 세세하게 배려하고 신경쓰느라 종종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북유럽 투어도 건강하게 끝내시길 빌께요.
배려의 아이콘, 지치지 않고 밝은, LED 불빛같은 긍정 아이콘 난주씨. 이번 여행의 분위기 메이커로 인정. 짧은 시간 이렇게 많은 사람과 친해지다니 정말 대단.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고 믿을수 없는 말을 자꾸하던데 지금 모습 이대로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언니~~ (팬심버전) ㅋ
다음은 울 지연언니. 핵피곤한 가운데서도 쇼핑에 의한 엔돌핀이 한번 발산되면 에너자이저가 되시는 우리 언니. 소녀같은 감성이 살아있는 지연언니. 멋진 사진 많이 찍어주시고 틈틈이 사진 강의도 해주신 언니. 항상 DSLR 사진기 들고 어디론가 혼자 훌쩍 떠나는 자유를 꿈꾸는데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계신듯해 부러운~~
가족 팀 서석자 언니네 가족. 단란한 가정의 표상같은 가족. 올바르게 잘 자란 듬직한 대학생 아들, 미술을 전공한다는 고1 감수성 넘치는 딸 서연이, 그리고 계속 허허 웃으시던 자상한 아버지,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으신 성격좋은 언니까지. 심히 보기좋았던 가족~~
같이 여행 다니는 그 우정이 부러웠던 두 부부팀!! 이 팀분들 성격들이 너무너무 쿨하시더라는... ㅋ 고 3 수험생 버리고 오셨데... ㅎ 11월에 수능 봐야할 수험생이랑 또 10월에 여행 계획하고 계신다는... 그 쿨함 너무 부러워요~~
중3 남학생 세 명을 인솔해 오신 아버지와 중 3 세명의 친구들. 학생들~ 너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여행이었겠지? 에펠탑에서 인생샷을 남기기위해 멋지게 차려입었던 귀여운 친구들...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적는다. 부족한 후기일지언정 덩덩님 저 후기 약속 지켰어요~~ ㅎㅎ
이번 여행 함께했던 17명의 며칠전까지 타인. 오늘부터 의미있는 사람이 되신 분들. 이름도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함께한 여행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