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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여행에 인문학을 더하다

익명2018년 2월 22일

패키지로 북유럽을 여행간 적이 있었는데 차를 진짜 하루 종일 탔었다. 내리면 훑듯이 보고 떠나는 거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들이 많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좋지만, 머물러서 느끼고 싶은 갈증. 아름다운 도시를 종일토록 타고 가서 단 5분 만에 떠나야 하는 곳도 있었고, 좀 머무르고 가자고 요구하거나 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자유여행을 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늘 자유여행을 꿈꾸었지만, 언어에 자신이 없고 겁이 나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트래블러스맵”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리 부부가 찾던 여행상품을 발견하였다. 한 나라만 지속적으로 보고 또한 미술관을 많이 찾으러 다니는 그런 상품...그런데 다른 패키지보다는 배로 비싼 가격에 매번 보다가 말고 보다가 말다가 ... 곗돈을 탄 김에 인생에 한번은 이 유적지와 미술관을 찾아가봐야 하지 않는가 하고 용기를 내서 신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날까지, 여행 첫날까지도 의심은 계속 되었고 과연 이 여행이 돈값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서 바라보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도 한 두가지는 있으나,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다시 여행을 간다면 두 배로 비싼 여기로 여행을 갈 것인가 아니면 값싼 패키지를 갈 것인가를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여기를 선택할 거 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여행의 좋은 점 하나는 투어 내내 만났던 거대한 유적지와 위대한 작품들과 인류문명의 거대한 흔적을 보는 그 자체였다. 로마에서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문화의 깊이와 광대함에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바티칸,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철학적으로 미술작품을 해석해 내는 김미란 샘의 가이드도 좋았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 때문에 감상할 시간이 좀 부족했다는 거 외에는. 그리고 우피치 미술관에서의 신원동가이드는 역사이야기와 한국에서 미술사에서 과대 평가 되었다고 비판한 미켈란젤로의 인생을 빗대어 재미를 끌어와 대중적인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설명을 해 주셨다. 문화 자체의 웅대함. 콜로세움, 판테온, 폼페이 등 가는 도시 전체에 깔려있는 문화 유적의 ...돌 하나 조각 하나 하나와 건물과 도시 자체가 미술관 같은 그런 유적의 깊이에 너무나 반하고 놀랍고 경의로왔고 겸허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빼어난 풍광, 캄포광장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 두오모성당과 종탑에 올라서 바라본 경치와 일몰, 그리고 야경의 아름다움에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도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베니스, 아 베니스, 그리고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눈물 나도록 아름답던 광장.

이번 여행의 좋은 점 두 번째는 식사였다. 점심은 현지인들의 맛집을 골라서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받았다. 한시간이고 한시간 반이고 간에 충분히 그들과 같이 여유롭게 밥을 먹으면서 그다지 평소 먹는 것을 즐기지 않았던 나였는데, 오히려 이러한 음식을 접하면서 현지인들의 마음과 닿아있다는 것. 그들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 이래서 여행에서 음식을 찾아다니는 구나 그리고 여행에서 먹는 것도 매우 중요하구나를 알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좋은 점 세 번째는 자유시간이 넉넉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은 돈대로 내고 자유시간을 이렇게 주는 것은 그냥 앉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자유시간을 많이 주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골목 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도 하고 그런 자유여행의 느낌을 충분히 가지면서도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가이드가 현지 어디에서 연락 닿는 곳에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 같다.

저녁 자유시간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았다. 첫날 나보나 광장에서 현지인과 광장에서 함께 앉아 있어도 보고, 광장이 보이는 까페에서 차를 마시고 구경을 하고 버스도 타보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로마의 모습과 걸어 다니면서 보는 모습들이 또 느낌이 달랐다. 콜로세움을 낮에 투어를 끝냈는데 어느 불로그에선가 콜로세움의 밤 야경이 멋지다고 했던 글이 떠올라 그 날 저녁 자유시간에는 불빛이 비추어지는 밤의 콜로세움을 보러가기도 했다. 야경은 또 다른 감탄이 나오게 했다. 거기서 남편은 작지만 현지의 특색이 있어 샀던 노트에 콜로세움을 스케치를 했고 그걸 여행 후에 이 여행을 선택해 준거에 감사함으로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림을 그리고 또 지긋이 여유롭게 앉아있는 우리를 보고 현지인으로 생각하고 그림을 보기도 하고 묻기도 하는 이탈리아 인이 많았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야경을 구경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냥 원래 함께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풍경 속에 함께 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해가 지는 모습과 그리고 불빛이 반짝이는 야경. 내려오고 싶지 않아서 쭈그려 앉아 한참을 앉아있었던 것도 자유시간이 있어서였다. 이렇게 여기에 여행을 오고 인류문명의 위대한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아울러 겸허함을 느꼈고 행복했고 뿌듯했고 아울러 여행에 대해서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삶에 대해서 참으로 겸허한 감정을 느꼈다.

가방이 없어서 필요하던 차에 40프로 세일하는 가방까지 득뎀을 하고 호텔로 돌아올 때 소규모 광장에서도 어김없이 노래를 부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수준 있어 보이던 거리의 악사들의 모습. 남에 대해서 쳐다보지도 관심도 없이 여유로와 보이던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돌아왔던 피렌체의 밤.

베니스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마지막에 들어선 산마르코 광장.....거기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할 말이 없었다. 광장에서 바라본 성당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뻔했다. 마침 간 날이 <가면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 여러 가지 다양한 가면을 쓴 거리의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마지막 날 오전에는 각 팀별로 갈라졌는데 우리는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아갔고, 거기서 이제껏 보던 미술작품과는 다른 현대 작품들을 만나고 조각들을 보았다. 남편이 미술관을 나오면서 하는 감상평이 입에서 참 단맛이 난 댄다.

지금도 눈을 뜨면 베니스의 풍경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마치 지금 그곳에서 자고 일어나 것처럼. 한동안 이 여행의 긴 여운이 남아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힘들 거 같다. 그런데 무언가 쓸데 없는 집착을 내려놓아지는 마음들이 생기고. 세상에 중요한 것이 바뀐 기분.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들이 생긴 기분들이다.

그래서 이 여행은 두고 두고 나한테 값어치가 있을 거 같다.

특히 패키지를 가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너무 많이 느끼고 향유했다. 그건 그들의 삶을 마치 유리상자나 티비에서 보는 객체적인 모습을 그냥 사진 보듯이 구경하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물론 우리도 며칠 동안 구경이었겠지만 -그래도 그들 속에서 함께 걸으면서 먹고 보고 하는 데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긍정적인 연대가 생김을 느꼈다. 나는 이탈리아 사람마저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문화가 번성할 수가 있었을까? 분명히 우리의 조상들도 대단한 머리를 가진 존재들일텐데..... 그래서 그들이 번성한 이유가 나는 막연히 서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착취와 공격 그런 거에 대한 생각들로 적의가 가득 찼었는데. 그러면 일부 중국인들의 무한 국수주의처럼 내가 배울게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르네상스시기의 상업과 금융과 그 많은 부를 장악했던 가문이나 왕조들이 또 어떻게 이렇게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 수 있었는지. 그것을 위해 투자할 수 있었는지....그게 신기하고 부럽고 부러울 따름이었다. 아울러 참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없는 곳에서 아웅 다웅 거리면서 처절하게 살아내고 있는지. 오히려 그들과 비교가 안 된다고 우리가 왜소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애잔한 아픔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내내 음. 이제부터는 그렇게 좋은 집도 차도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편안하게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그것도 이런 여행을. 그런 노후생활의 방향이 생겼다. 그래서 이 여행에 최고의 만족을 보낸다.
무언가 큰 욕심 같은 것을 내려놓는 느낌.... 진짜 여행을 다녀온 이 기분..... 감사하다. 내내 친절하게 가이드 했던 코아 가이드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18년 2월 1일

* 2018년 1월 21일 트래블러스맵 이탈리아여행을 다녀오신 여행자가 작성해주신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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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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