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를 마무리 하는 6월, 북유럽 여행을 뜻하지 않게 다녀오게 되었다. 부모님이 계획하신 북유럽 여행에 사정상 못가시게 된 아버지 대신 얼떨결에 ‘무임승차’하게 된 것이다. 마침 일도 바쁠 때가 아니어서 나에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패키지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광고에나 나오는 여행사 외엔 아는 곳이 없었다. 트래블러스맵. 솔직히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여행스케줄과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읽어가며 이번 패키지여행은 좀 다르겠구나 기대하며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트래블러스맵은 패키지여행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꿔주었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떠난 ‘어부지리’ 여행이었지만 사실 가기 전까지 바쁜 일정 탓에 시간에 쫓기며 북유럽 관련 책과 블로그를 찾아 자유일정 코스를 짰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한 ‘북유럽의 하얀 밤’여행이 시작되었다. 선진국, 아름다운 자연, 디자인의 나라 이런 수식어들이 붙는 북유럽 4개국은 나름대로의 특색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덴마크
▲ 덴마크 코펜하겐
맨 처음 도착한 코펜하겐은 먼저 차보다 많은 자전거 때문에 신기했고 밤에도 호수에 앉아 햇빛을 쬐이며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에서 유유자적하는 오리도 부러울 만큼 한해의 반을 보내고 지쳐 있었나보다. 다음날 갔던 활기차고 그림 같은 풍경의 뉘하운은 어떻게 찍어도 엽서처럼 나왔다. 뉘하운에서 시작하는 보트투어는 낮에 워킹투어를 하며 봤던 장소들을 한눈에 큰 그림으로 보기에 최적이었다. 특히 블랙다이아몬드 도서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지식도 강물처럼 흘러가야 한다는 철학을 담은 실내설계가 놀라웠다.
▲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
코펜하겐 둘째 날 갔던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작품들도 좋았지만 역에서 걸어가는 길부터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웠다.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 전시된 곳은 작품처럼 통유리 너머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다. 다시 찾을 기회가 된다면 하루 종일 꼼꼼히 돌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 루이지애나 미술관
# 베르겐
다음 여정인 베르겐은 날씨부터 사뭇 달랐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추운 날씨에 옷을 사 입을 정도였지만 쌀쌀한 만큼 공기는 더 상쾌했다. 산 중턱에 있는 알록달록 집들은 마치 옹기종이 모여 있는 새집 같았고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도시는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베르겐 여행의 백미는 뭐니 해도 플뢰엔산 전망대였다. 오전에 잡혀있던 일정이었지만 비 예보로 오후에 가게 되었는데 역시 인솔자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점심 먹고 올라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르겐은 서울에서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베르겐은 일 년 중2/3 이상 비가 온다는데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축복이었다. 전망대 뒤편으로 숲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생각보다 작은 호수가 나오는데 오히려 크기가 작기에 호수 둘레를 걸으며 날씨를 즐기기에 좋았다.
▲ 플뢰엔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르겐
#송네피요르드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송네피요르드 관광. 열차, 버스, 페리, 산악열차를 갈아타며 감상한 풍경은 그전에 보았던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건축물보다 아름답고 오묘했다. 창조주의 솜씨에 감탄하며 대자연 앞에 인간은 그저 작아질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피요르드 관광을 마치고 열차로 오슬로로 이동했는데 도착시간이 거의 밤12시였다. 덕분에 여행 중 처음으로 긴 시간동안 석양을 볼 수 있었다. 핑크빛 도는 석양은 마치 흩어진 솜사탕 같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아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 오슬로로 향하는 기차 안
#오슬로
▲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북유럽 패션계의 선두주자라는 설명답게 스톡홀름 거리는 활기차고 옷과 디자인샵들로 즐비했다. 쇼핑은 마지막으로 제쳐두고 처음 목적지인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진에서 많이 봤던 익숙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니 둥글게 꽂혀있는 책들이 나를 포근히 감싸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가져간 책을 읽다 와도 좋겠다 싶었다.
# 스톡홀름 - 헬싱키 실자라인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처음 타는 크루즈에 설레기도 했지만 배를 보며 4년 전 세월호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학생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올랐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탑승한 실자라인.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을 보고자 몇 번을 데크에 올라갔다. 밤바다에 반짝이는 달빛은 뭉크의 작품을 연상시켰고 음악을 들으며 석양과 캄캄해진 밤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 북유럽의 하얀 밤이 점점 어두워지는걸 보고서야 방으로 내려왔다. 달빛에 취한 나머지 새로 산 옷을 침대에 두고 나오는 어이없는 실수도 하고..그렇게 여행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 헬싱키
다음날 아침 실자라인에서 내린 헬싱키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헬싱키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여서 암석교회 외엔 모두 자유일정으로 되어있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만큼 나만의 페이스로 여행하고 싶어 엄마에게 과감히 ‘개별활동’을 제안하였다.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 또 그때그때 생각나는 곳들을 검색하며 나만의 행선지를 만들어갔다. 솔직히 엄마에게 ‘개별활동’을 제안한 가장 큰 이유는 시벨리우스 공원에 혼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벨리우스는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나에게 힘든 연습의 기억을 준 작곡가이기에 핀란드에 온다면 그의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산책하고 싶었다. 강철로 만든 파이프조형물에선 왠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나와야만 할 것 같았다. 공원에서 그늘을 찾아 쉬어가며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호숫가도 걸으며 리가타에서 시나몬롤도 샀다. 시나몬롤과 어울릴 커피를 찾기 위해 카페 검색도 하였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아카데미넨 서점과 침묵의 교회도 찾아갔다. 헬싱키 도심에 방주처럼 생긴 침묵의 교회는 내부에서 밖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잠시나마 누리는 예배당 안의 침묵이 번잡한 도심 속에서 의외로 반갑고 좋았다. 잠시 쉬어가며 선물 같은 여행을 주심에 감사기도를 드렸다.
헬싱키에서의 마지막 반나절도 엄마와 따로 다니며 쇼핑도 하고 백년 되었다는 빵집을 찾아 시나몬롤과 커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스토크만 백화점이 있는 광장 쪽에선 음악인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곡도 하필 ‘time to say goodbye’... 내 본분을 상기시켜주는 연주자들을 보며 이젠 정말 돌아갈 때구나, 현실을 자각하며 보름째 놓아버린 악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10박12일의 북유럽 여행,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은 늘 아쉬운 법.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여행을 스스로 기약하며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하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 땐 어쩜 그렇게도 새로운 것에 감탄하며 소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즐거운지...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랬던 것도 잠시, 다시 현실에 치여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곤 한다. 물론 그런 반응이 여행 중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어떤 ‘일’이 아니어도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서 감동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내는 것, 소소한 감사를 발견하는 것 말이다. 이번 북유럽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현실에서도 ‘새로고침’하며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해본다. 문득문득 북유럽의 맑고 선선한 공기, 사람들의 여유, 아름다운 자연이 떠올라 그립겠지만 그런 그리움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p. s) 트래블러스맵을 통한 북유럽 여행은 패키지여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어주었다.
1) 40인승 버스를 타며 견학하듯 여행하지 않아서 좋았고,
2)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그 도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 마치 자유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았으며,
3) 패키지여행에 꼭 한번 씩 껴있는 한인식당에 가지 않은 것도 좋았고,
4) 중요한 곳은 가이드 설명과 함께 다니고 그밖에 자율성이 주어진 스케줄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자유일정 덕분에 여행이 더 ‘내 것’처럼 다가왔다.
++ 어머니 나이대의 어른들이 주를 이룬 그룹에서 혼자 30대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푸근하고 상냥하신 어머님들 덕분에 잘 적응하고 덩달아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솔자라는 무거운 책임감에도 늘 밝은 미소로 침착하게 여행을 이끌어주신 루피! 덕분에 팀워크도 최고였습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여행이야기를 하며 트래블러스맵을 적극 추천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기업마인드 유지하며 ‘착한 여행상품’ 많이 기획해주세요! :)
* 2018년 6월 트래블러스맵 북유럽여행을 다녀오신 김효*님께서 작성하신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