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 푸른 숲 북유럽 여행 후기(2018.7.25.~8.5)
부제 : 소소한 배움, 소소한 음악, 소소한 미학
직장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2학기에 쓸 에너지 충전을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방학일정과 딱 맞는 트래블러스맵 북유럽 여행을 찾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요즘은 여행이 인스턴트식품을 쇼핑하듯 되어버리고 여행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풍토에 질려 있던 터라 현지인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사를 소개받아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였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혼자 방을 쓰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편하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부제는 소소한 배움, 소소한 음악, 소소한 미학으로 선정했다. 부제를 이렇게 명한 이유는 북유럽에서 배운 사람에 대한 배려, 환경에 대한 인식, 노동에 대한 인식, 육아에 대한 인식,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소소한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의 나의 여행은 언제나 문학과 음악 미술이 함께여서 행복하다. 길을 걷다가 비발디 사계(여름)를 들을 수 있는 곳, 국립미술관에서 나의 미적 허영을 채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유럽이기 때문이다.
1. 소소한 배움
덴마크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전거도로의 확보, 코펜하겐 중앙역 앞의 자전거 보관소에서 본 어마어마한 자전거들까지 .. 거리를 걸으면서 한 번도 매연을 맡아 본 적이 없다.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서 대중교통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수레 같이 생긴 저것은 이름은 까먹었지만 같이 타고 가면서 엄마, 아빠와 대화한다는 발상이 참으로 신기했다.
<코펜하겐의 거리>
< 크리스티아나 자치지구 cykler-아이를 태우는 수레만드는 곳>
<코펜하겐 중앙역 앞 자전거 보관소>
덴마크 가이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젊은 나이에 호떡 장사를 하기 위해 덴마크로 건너와 한식당을 열고 미디어를 경영하면서 덴마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에서 아~ 우리 학교 아이들도 저렇게 커 가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 덴마크 왕궁 앞에서 현지가이드와 함께>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무지개깃발이 걸려있는 건물과 상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차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화장실도 남녀 구분이 없고 같이 사용하는데서 오는 어색함에서 내가 얼마나 구분 짓는 삶에 익숙해져있었는가를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북유럽은 대부분 주 32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가정에 충실하면서 삶을 보내는 것 같다. 아빠들이 유모차를 끄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낀다.
아침부터 출발하여 시립도서관에 도착하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의 도서관. 안은 엄청 더웠으나 곳곳에 책 읽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2. 소소한 미학
북유럽 미술관투어에서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뭉크는 회화적 표현에서 인간의 내면을 그려냈다. 그는 외적 묘사에서 탈피해 인간의 심리를 회화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했다. 뭉크의 이런 시도는 이후 칸딘스키 등이 추상미술을 통해 정신적 가치와 심리를 색채와 새로운 구성으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인문학은 밥이다> 中 발췌)
나는 미술관에 가면 에너지를 얻는다. 미술 지식은 그다지 깊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 도착하면 나의 세포는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작가의 의도(?)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 그저 나의 Feeling만을 믿을 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난 내 눈으로 직접 느끼고 싶고 그것이 오롯이 나의 삶이 되므로.
< 뭉크 절규>
핀란드에는 우리가 아는 작가가 거의 없다. 휴고 심베리도 이번에 여행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에게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상처입은 천사. 상처입은 천사를 두 소년이 무심한 표정으로 데리고 간다. 저 천사가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지...
< 핀란드 작가 휴고 심베리 상처입은 천사>
3. 소소한 음악
여름 휴가 시즌 유럽은 클래식 공연을 찾아 보기 힘들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모두 휴가를 갔겠지. 스웨덴에서는 아바 박물관에 들렀다. 고등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팝송을 듣고 자란 세대이고 아바의 노래들은 익숙하다. 아바박물관에서 그 많은 아바의 노래들이 흘러 넘칠 줄 알았으나 정작 감상할 수 있는 곡은 많지 않아 좀 서운했다. 다행히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소를 찾아 나도 모르고 앉아 몇 번이고 아바의 음악을 들어 좋았다. 영어가 안되지만 노래방에서 아바의 노래도 따라 불렀다.
<아바 박물관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c44mcmCRlrk
콘서트홀에 프로그램을 검색하다가 미니 재즈 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11시에 맞춰서 들렀더니 자그마한 로비에서 10대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재즈밴드 노래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그나마 갈증을 해소한 기분이랄까...
요 가운데 녀석이 얼마나 눈웃음을 치던지..ㅎㅎ
<미니 재즈 콘서트>
핀란드에서는 시벨리우스 공원에서 시벨리우스<핀란디아>를 듣고 싶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nIfccLF0Jg
여행에서 만난 두 분의 선생님들과 함께 시벨리우스 공원에서 핀란디아를 들었다. 내 작은 소원이 이루어 지는 순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자작나무 숲을 걸어갈 때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이 생각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8sSFVvF7-W0
<시벨리우스 공원가는 길>
높디 높은 산과 많은 물이 흐르는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에서는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Solvejs ʾs song)가 내 머리 속에서 흘러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_fvzHuzHY
그리고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https://www.youtube.com/watch?v=I1Yoyz6_Los&t=7s
오직 이곳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적 정서가 아닐까?
< 송네 피요르드 photo by 옥희>
문화와 예술의 도시 베르겐이라는 도시를 알게 된 건 이번 여행의 큰 행운이다. 대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베르겐이 나의 정서와 제일 잘 맞는 도시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베르겐에서 2주 이상 머물면서 그리그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
나에게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다. 유럽 여행에서 한복을 입고 베를린필 송년콘서트나 빈필 신년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이다. 베르겐 필도 나름 안정적인 음악을 구사한다고 들었다. 내년에 다시 와서 한복을 입고 그리그음악제에 참석할 수 있기를... 버킷리스트 하나 더 추가되었네...
< 베르겐 호수>
혼자 트램을 타고 20여분, 또 30여분을 걸어 그리그가 살면서 작곡을 하고 생을 마감한 곳을 찾아 나섰다. 트롤하우겐.. 구글맵을 의존해서 간신히 찾았지만 그 희열은 어느 곳 못지 않았다.
<그리그가 살던 트롤하우겐>
<그리그와 그의 아내 니나>
트롤하우겐에서 바라본 정경은 그야 말로 환상 그 자체... 여기서 작곡을 하면 악상이 저절로 떠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롤하우겐에서 바라본 정경>
마지막 도시 핀란드 시내 어디서든 클래식 버스킹을 들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풍성한 여행으로 마감했다. 현악 3중주에서 들리는 비발디 사계 중 ‘여름’.. 북유럽이라고 예외가 없었던 올해의 불볕 더위를 한꺼번에 날려주는 시원한 소낙비 같은 비발디 사계 중 ‘여름’
<헬싱키 거리에서 비발디 사계중 ‘여름’ 을 듣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v2Zl8DfDly0
이로서 나의 “따로 또 같이 여행” -소소한 행복-하얀 밤 푸른 숲의 북유럽 신화는 마감되었다.
추신) 11명의 교사와 4명의 교사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이번 여행.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 사진을 못 찍을까봐 나 몰래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신 미경님, 혜원님, 금희님, 옥희님 감사드립니다. 이 분들이 있어 제 여행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15명의 여성천하와 두바이 왕자 승하님^^. 여린 여성들이라고 무거운 짐도 혼자 도맡아 들어주시고 혹여 스케쥴이 잘못될까바 꼼꼼히 챙기시고 우리 수다를 받아 주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구에서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