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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 숲, 호수, 사막. 당신이 그리던 몽골

익명2018년 8월 21일

여름 성수기 한 철 장사라고 불리는 몽골여행, 그렇기에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늦봄이 되어서야 문득 몽골의 여름이 떠올랐다. 올여름 몽골로의 피서를 결심했건만, 온갖 항공사며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해봐도 '포기하라'는 메시지만 에둘러 날라 오는 듯해다. 결심이 늦어도 한참 늦었던 것이다. 이미 몽골여행의 매력을 아는 이들은 모든 예약을 마친 상태였고, 후발주자인 나는 마음만 급해 발만 동동 굴렸다. '포기할까? 내년 여름을 기야할까?' 싶던 차, '바람이 전하는 몽골 이야기'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트래블러스맵에서 그 해답을 찾은 것이다. 공정여행사라는 믿음직한 타이틀, 마침 딱 맞는 날짜, 원하는 일정, 이 모든 삼박자가 나를 예약으로 이끌었다.

칭기스칸 국제공항

 밤하늘을 날아 칭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공항이었지만 이름만은 거창한 '칭기스칸 국제공항'이다. 몽골이란 나라에 '칭기스칸'을 뺄 수 있을까. 같은 동아시아 이웃국가지만 왠지 모르게 한참은 낯설었던 나라, 몽골에 대한 기대심이 부풀어 올랐다. 새벽녘 밤하늘이 어슴푸레 태양 빛을 밝혔고, 고지대 초원에 자리한 울란바토르는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구소련의 힘이 닿아 공산권 분위기가 폴폴 나나 했더니, 세련된 아파트가 나오고, 그러다 문득 전통 게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 모든 다채로움을 품은 울란바토르라는 도시가 점점 궁금해졌다.

후이덜렁호닥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몽골 전통 나담축제로 유명한 '후이덜렁호닥'이 나온다. 울란바토르 도심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길. 초원의 나라 몽골에 온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너른 초원에 우리가 묵을 게르 캠프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릴적 들었던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몽골의 이동식 가옥 '게르'는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였다. 더군다나 몽골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게르에 묵게 되는데, 마치 미지의 세계를 실현하러 가는 여정과도 같았다. 잠시나마 유목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목민의 삶을 체험하고,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고, 질 좋은 고기가 담뿍 담긴 몽골식 음식을 먹었다. 저녁에는 전통 공연까지. 이토록 보람찬 하루엔 몽골의 여유로움이 함께 담겨있었다.

몽골의 초원을 드라이브한다는 것

 

초원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고르지 못한 포장도로와 모래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경험은 ‘편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몽골에서의 드라이브는 이 모든 것을 보상할 풍경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가 잔뜩 심어놓은 사람 없는 유채꽃밭을 만나는가 하면, 동물 떼와 함께 길을 건너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넓은 초원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오직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일 뿐이었다.

하르보힌발가스

 

‘하르보힌발가스’는 아주 먼 옛날 거란족의 도시였다. 예전에는 큰 장터로 쓰였다지만, 지금은 아무런 소란 없이 성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버려진 유적 위를 천천히 올라가 본다. 새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겹겹이 쌓아 올라간 세월만이 머무르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역사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하다. 천 년 전 고려인은 무엇을 팔러 여기까지 왔을까. 비밀 한쪽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기호수 

 

통신망이 일절 끊겼다. 24시간 전기는 사치요, 물은 약 올리듯 졸졸 나와 샤워마저 사치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아늑함을 안고 있는 초원의 오아시스였던 어기호수. 커다란 호수는 고요함을 품고 있었고, 호숫가를 따라 쌀쌀한 저녁 속을 산책했다. 누군가는 풍덩, 호수에 몸을 던진다. 반대편 마을에서 천둥번개가 올라왔다. 게르 속에서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정전을 경험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밤, 그 밤 속엔 무엇 하나 기댈 곳 없는 온전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난롯불과 함께 이 밤이 지나간다. 몽골에서야 깨달았다. 자연 속에서의 오롯한 나를.

하라호름

 

세계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거느렸던 옛 몽골제국의 수도에 도착했다. 카라코룸이라고 불렸던 도시다. 몽골제국의 영화는 짧았고, 유목민들의 정착도시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문처럼 카라코룸의 번영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몽골제국의 왕궁은 사라졌지만, 그 성터에 ‘에르덴 조 사원’이 들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몽골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낯선 ‘라마 불교’를 받아들였기에, 에르덴 조 사원만의 독특함 또한 그 자체로 볼거리였다. 끝없는 들판 속에 마법처럼 나타난 작은 도시 하라호름. 맑은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매와 독수리. 이 모든 것이 낯설고도 경이롭다. 

쳉헤르 온천 

 

쳉헤르 온천지구에서는 이틀 밤을 보냈다.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야 한다는 말에 최악의 길을 상상하고 마음을 다잡았건만, 가는 길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다. 귀엽게 쫄랑대는 양 떼와 염소 떼, 다람쥐 같은 들쥐까지.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세계에 잠시 초대받은 것이다.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노천욕을 하는 것, 숲속으로의 피크닉, 늘어지게 뒹굴거리는 한낮의 게르 안. 이 모든 세상이 아름답게 버무려졌다. 세상과 소통했던 휴대폰을 놓고, 진짜 세상과 나는 만났다. 쳉헤르 온천의 빛나는 별이 그리워진다.

엘승타사르해

 

초원에 숨겨진 비밀 같은 사막 ‘엘승타사르해’. ‘미니 고비’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몽골의 쌍봉낙타와 만날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낙타 등 위로 올랐다. 낙타가 다리를 굽혔다가 번쩍 일어나는 바람에 잠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이내 말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에 안심이 되었다. 흩날리는 모래를 막아주기 위해 길어졌다는 낙타의 속눈썹. 낙타는 그윽한 눈길을 안고 묵묵히 모래사막 위를 걸어 나갔다. 냄새가 난다는 소문에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내가 만난 낙타들은 모두 청결했다. 귀여운 낙타를 마지막으로 쓰다듬으며 인사했다.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엘승타사르해에서는 모래 썰매 체험도 가능하다. 모래언덕 위를 맨발로 올라 썰매를 타고 스르륵 내려가는데 짜릿함이 머리끝까지 솟구친다. 동네 개들도 따라와 썰매를 타는 양 내리막을 질주한다. 사르르 내리는 여름비 속에 더욱 촉촉해진 사막의 모래가 발가락을 간지럽혔다.

천진벌덕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와 이제는 울란바토르의 동쪽으로 향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천진벌덕에 있는 대형 칭기스칸 기마 동상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초원 한 가운데 우두커니 자리한 대형 칭기스칸. 길이만 무려 40m에 달하기에, 가까이 갈수록 웅장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몽골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전설적인 영웅으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내부에는 몽골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 단순히 동상 구경뿐이 아닌 학습공간의 역할도 해내고 있었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말머리 위로 올라섰다. 끝없이 새파란 하늘 속으로 칭기스칸의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몽골이 번영하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현재의 몽골에 닿기를 바랐다.

테를지 국립공원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는 이곳, 테를지. 메마른 초원과 사막이 국토 대부분인 몽골에서 테를지는 생명과도 같은 곳이다. 숲이 있고 강이 있어 생명력 넘치는 이 땅에 많은 사람이 마음을 빼앗겼다. 말을 타고 어슬렁어슬렁 숲과 초원을 누비고, 또 강을 건넜다. 몽골 사람들은 태어나서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승마를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어린 친구들이 곧잘 말을 시원하게 몰았다. 나도 이제야 겨우 말과 친해진 느낌이다. 속력을 내서 초원을 달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직 초심자에겐 먼 꿈처럼 느껴지지만 말이다. 

다시, 울란바토르

 

변화의 중심에 선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몽골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했다. 전통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캐시미어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몽골의 역사를 탐험하는가 하면, 울란바토르의 세련된 식당을 누비기도 했다. 몽골의 마지막 황제였던 복드칸의 겨울궁전에선 옛 몽골을 더듬어 봤고, 자이승 전망대에서는 몽골이 공산화되었던 과정을 지켜보았다. 물론 발아래에는 자유를 쟁취한 현재의 몽골이 펼쳐져 있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최고급 현대식 아파트와 전통 게르가 함께 초원 위를 우두커니 지키는 모습에 ‘아, 울란바토르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에 칭기스칸의 바람이 깃들길 바란다. 

*트래블러스맵 몽골패키지여행 <바람이 전하는 몽골 이야기>를 다녀온 서지*님이 작성해주신 후기입니다. 

여행지
몽골칭기스칸 국제공항울란바토르후이덜렁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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