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어떤 여행방식을 선택할까 하는 문제이다.
가족들과 함께 동남아와 남태평양,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등을 여행하면서 여러 여행방식을 선택해 봤었다.
패키지여행은 항공기와 숙소, 현지 교통수단, 식사 등을 알아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준비해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짜여진 일정을 따라다니며 그나마 의미있는 일정은 옵션 프로그램이고, 원하지 않는 쇼핑도 참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
자유여행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일정을 계획할 수 있는 반면 교통편과 숙소 등 출국부터 귀국까지 전 일정을 하나하나 다 준비해야 하고,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지난 여름부터 이번 겨울방학 동안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들과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딸과 함께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과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 나이이고, 고등학교라는 본격적인 입시를 앞두고 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로서 이때가 아니면 청소년기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은 엉뚱한 불안감도 있었다.
이런 우리 가족의 눈에 든 것은 많은 여행사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트래블러스맵의 우리가족 서유럽여행이었다.
청소년기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무엇보다 늦은 오후에 일정이 끝나 저녁시간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대해 전문 가이드께서 현지문화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하니 겉핧기식의 여행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정 또한 한정된 인원이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라는 서유럽 주요 국가를 방문하고, 택시와 열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니 번잡스럽지 않게 현지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대만족한 여행이었다.
서양사의 고향인 로마와 세계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에서 유럽의 과거를 보고,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파리에서 유럽의 근대와 미래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여행 출발일인 1월 12일, 미팅담당자가 인천공항까지 나와서 출국을 도와주었고, 대한항공 747점보기로 도착한 로마 다빈치공항에서는 여행 시작부터 마지막 초대형항공기인 대한항공 A380을 타고 파리 드골공항을 출발할 때까지 함께 이동하는 인솔가이드 김현정(카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카에님은 물심양면으로 혼신을 다하는 전문가이드였다. 우리가 궁금해 하기 전에 현지에서 필요한 내용과 쇼핑 팁 등을 충실히 설명해줬고, 숙소와 이동, 식사 등을 자그마한 문제하나 없이 원활하게 처리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급성 위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때 우버를 이용해 안전하게 숙소로 복귀시켜 주는 등 돌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능숙하게 해결해 주었다. 소매치기 왕국이라는 유럽에서 지하철, 버스, 열차, 도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하면서 단 한차례도 소매치기를 경험할 수 없었던 것도 카에님의 꼼꼼한 안내와 주의 덕분이었다.
중요한 여행지는 가는 곳마다 현지에서 살고 있는 전문 가이드께서 충실히 설명해 줬다.
로마 콜롯세움과 바티칸박물관에서는 트래블러스맵에서 소개하고 있는 김미란 선생님의 열정적인 설명 덕분에 서양사의 근본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나의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 한점한점, 그림속 인물마다의 표정과 손짓의 의미, 화가의 일생과 당시대 서양예술의 조류, 화가들간의 영향 등등을 막힘없이 술술 설명해 주시면서 마치 ‘전문가이드는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점에 감사드린다.
베네치아의 역사와 건축물, 생활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신 가이드님, 파리 시내를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파리의 구석구석을 설명해 주신 가이드님, 모나리자 뿐 아니라 루브르박물관의 진귀한 작품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신 가이드님까지 가는 여행지마다 전문 가이드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통일정 후에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또 다른 나만의 유럽여행 시간이었다.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없는 트래비분수, 빙하의 강, 에펠탑, 세느강 유람선 등을 내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
지친다 싶을 때는 숙소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자유시간 덕분에 로마에서는 몇 년간 뵙지 못했던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파리에서는 유럽축구에 풀 빠져 있는 아들을 위해 출국 전에 미리 준비했던 파리생제르망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파리생제르망의 공격라인인 음바페, 네이마르, 카바나가 모두 9점을 득점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아들보다 내가 더 흥겨운 자리였고 아내와 딸도 대만족했다.
식사는 트래블러스맵에서 안내한대로 여행 말미인 파리에서 꿀맛 같은 김치찌개 저녁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식이었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이용했기 때문에 정통 유럽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파리에서는 숫자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200년쯤 된 건물의 현지식당의 2층 창가자리에서 맛과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한 이후에는 연초부터 열흘이 넘게 유럽여행을 다녀 온 배짱(?)을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와 중학생 자녀들을 둔 동료들에게 우리 가족이 다녀 온 서유럽 가족여행을 추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