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작년 5월, 결혼 40주년 기념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였다.
집사람이 "다음번 해외여행은 자연적인 멋진 경치를 봤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뉴질랜드에 가야겠군.”
#2
작년 12월 중순, 신년도 다이어리를 받고 공휴일이 어떤지 들척이다가 갑자기 설 연휴에 초점이 꽂혔다. 월,화,수 연휴, 목,금만 제끼면 10일 정도의 여행이 가능!
여기가 겨울이면 뉴질랜드는 여름이니까 거기가 딱이다.
재빨리 트래블러스맵에 접속했다. 뉴질랜드, 2월 1일 출발, 10일 오후 도착. 이건 나를 위한 스케줄이로군. 전화하니 딱 두자리만 차면 마감한단다.
집으로 전화,
”당신 설 연휴에 여행 갈 수 있지?”
“어디로?”
”뉴질랜드”
“왜 갑자기?”
“여행은 원래 갑자기 가야 좋은 거야, 설 때 어디 인사 가야 할 곳은 없나?”
“뭐 딱히 갈 데는 없지. 신정에 다녀왔으니까. 이번에는 친척모임도 없어.”
“알았어, 여행 가는 거다”
“당신이 알아서 하슈. 가자면 가야지”
#3
다른 여행사를 뒤졌다. H투어, L관광…. 다른데 보다 트래블러스맵이 다소 고가였지만 여행 코스나 일정은 역시나 트래블러스맵이 나은듯했다. 이 정도 차액이면 됐다. 트래블러스맵으로 정해야지.
(사실 트래블러스맵은 재작년 유럽여행 때 처음 알았다. 미리 여행 일자를 정해놓고 여행사를 찾는데 그시기에 일정이 맞는 데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개별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비행기 표나 싸게 사려고 인터넷을 뒤지는데 ‘트래블러스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통해 맞춤여행을 권유받아 일사천리로 스케줄을 짰고 아주 만족스레 여행을 마쳤다. 그리곤 작정했다. '앞으로 여행 갈 때는 트래블러스맵이다.’)
#4
여행은 준비 단계도 즐거운 것. 준비한 만큼 편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뉴질랜드 관광 안내 책을 보이는 대로 샀다. 5권(뉴질랜드에서 파니가 1권 주어서 총 6권이 됐다). 샌드 프라이에 물리면 크게 고생하고 한국 와서도 가렵단다. 숭례문 수입 상가 남대문 도깨비시장을 뒤져서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벌레 기피제, 물렸을 때 바르는 약 구입.
트래킹 때 등산화는 무거워서 비추란다. 가벼운 트래킹화가 좋다나? 이걸 안 살 수 없지.
식품은 입국 시 필히 신고를 해야 하고 현지에도 한국 식품이 거의 다 있으니 안 가져가는게 좋다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은 고추장하고 김은 가져가고 싶다네. 기왕에 신고할 바에야 컵라면에 컵누룽지도 포함.
흙 묻은 신발은 입국 거부될 수 있단다. 운동화 바닥을 물로 닦고 또 닦고….
집사람이 한마디 안 할 수 없지, “꼭 그렇게 해야해?”
(막상 가서 보니 모두가 부질없는 일. 그러나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에 별일 없었던 거라고 스스로 위안)
기온은 2월 평균 최저 14도, 최고 21도이니 여름, 가을 옷으로 준비하랜다.
여기서 집사람과 많이 다퉜다. "난 추위를 많이 타니까 겨울 옷도 가져갈꺼야!"
(이건 집사람이 잘 한 것 같다. 아침, 저녁의 기온이 8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가져간 반팔 여름 옷은 거의 입지못했다.)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크라이스트처치 뉴리젠트 스트릿>
#5
떠나기 전전 날 저녁, 트래블러스맵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자기가 비행기 티켓 담당자라고 했다.
"제 실수로 비행기 티켓에 착오가 생겼어요. 죄송합니다. 다른 비행기를 타실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저희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티켓 담당자의 착오로 좌석 부킹이 잘못되었다는 얘기.
우리 여행팀의 인솔자, 파니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자기의 실수인 듯이 어떻게 하는 것이 내가 불편을 최소화하는 길인지 묻고 또 물으며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다른 일행들과는 같이 못 가고, 같은 날 늦게 다른 비행기로 호주 브리즈번을 경유해서 오클랜드로 가기로 했다. 다른 일행들보다 대략 9시간 늦게 현지에 도착한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렇게 부산을 떨며 여행을 시작했다.
#6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8시간 반 만에 브리즈번 도착. 여기서 오클랜드행 항공권을 끊고 4시간가량을 기다렸다가 오클랜드행 비행기 탑승. 오후 4시 40분 오클랜드 도착. 다른 일행들보다 대략 8시간 늦게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 찾는 곳에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캐리어가 나오지 않는다. 대다수 여행객이 각자 짐 찾아서 떠나고 짐을 못 찾은 몇 명의 여행객이 Baggage Claim 창구를 찾아 신고. 밖에서 아까부터 우릴 기다리고 있는 파니로부터 행동 강령을 지시받으며 신고를 마무리. 허탈한 기분으로 달랑 백팩만 맨 채 오클랜드에 입국했다.
#7. 파니 : 12명 여행팀의 인솔자
파니는 우리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아니 비행기가 연착을 했으니까 그 이전부터 오클랜드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렸을 것이다.
짐을 못 찾아서 당황해하고 있을 때 카톡으로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고 배낭만 달랑 메고 나오다가 최종 엑스레이 검색에 걸려서 기다릴 때에도 (누군가 인터넷에, 호랑이기름을 가져가면 다쳤을 때 유용하다고 해서 출발 전 막판에 배낭에 넣은 것…. 암튼 인터넷에 알려주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흘러 다니는 정보는 신중히 받아들여야겠음을 이번 여행에서 많이 느꼈다) 밖에서 궁금해하고 초조해했다.
출국장 밖으로 나온 우리를 진작부터 바라보고 있던 파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진심으로 반가워했고 미안해했다. “죄송해요. 우리가 착오가 있어서 고생 많이 하시고 짐도 못 찾고…. 대신 제가 더 많이 케어해 드릴게요.”
환영의 뜻으로 우리에게 건넨 장미 꽃다발은 반쯤 시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는 증거인 듯 고맙고 미안했다. 마치 늦게 도착한 것이 우리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 같은 미안스러움…
<시들기 전 장미 꽃 / 사진 파니 제공>
■ 여행, 접대받는 기분
#8
북섬을 버스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말했다.
“트래블러스맵은 다른 여행사하곤 달라요. 관광하는 곳도 다른 여행사가 잘 가지 않는 현지인들이 잘 가는 그런 곳을 찾아다니고 식사도 현지 음식을 위주로 먹고."
"숙소도 시내 한복판에 있는 호텔로 잡기 때문에 어지간한 곳은 걸어서 구경할 수 있어요. 중심지의 호텔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여행사는 변두리에 호텔을 잡아서 시내 구경하려면 차를 타고 다녀야 해서 좀 번거롭죠.”
#9. 그렇다. 바로 이게 조금 비싸도 트래블러스맵을 찾는 이유였다.
우선 적은 인원만으로 팀을 구성하고,
중요한 관광 포인트는 다 같이 안내해서 다니고, 다른 곳은 몇 군데를 추천하면서 각자 가고 싶은 곳은 알아서 개별적으로 다니게 자유시간을 할애해주고,
식사도 한국인 입맛보다는 현지인의 입맛을 느낄 수 있게 주로 약간 고급스러운 현지식으로 메뉴를 정하고.
무조건 뺑뺑이 돌리는 다른 여행사의 패키지와는 달리 사전에 여행 준비하는 설레임, 공부한 만큼 성취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자유시간.
그러면서도 각자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일일이 확인하고 조언해주고 중간중간에 잘 다니고 있는지 점검하고 귀가시간 체크하고…. 이런 것들이 우리가 선택한 트래블러스맵의 매력이다.
마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먹게 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를 마시게 하고, 투어를 즐기는 사람은 시내투어나 쇼핑을 하도록 배려하는 접대받는 기분이랄까.
<밀포드사운드>
<밀포드사운드 크루즈 탑승 중 만난 일광욕하는 물개>
■ 뉴질랜드, 그곳은 지상낙원
#10.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지키고 가꾸는 것이 좋다.
타고난 자연 자랑스러운 풍광은 이곳만의 자랑이고 우리도 그걸 즐기려고 왔지만 있는 그대로를 지키려는 노력은 가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섬나라의 특성상 외부 타 지역의 동식물이 흘러들어와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하게 입국 수속을 한다든지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에게는 엄중한 벌을 내린다든지 이런 모든 제약-관광객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는-들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들 또한 환경보호에 관해서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지킨단다.
카이코우라, 마운트 쿡, 밀포드 사운드. . . . .
가슴 벅찬 감동을 준 풍광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평을 하기에는 감히 말을 할 수가 없다. 카메라를 두 개씩이나 들고 갔지만 모두 무용지물. 눈으로 본 풍경, 가슴으로 느낀 감동을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내 사진 실력이 초라해져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다만 “좋았다”라는 말만 할 수 있을 뿐.
#11
뉴질랜드 땅에 처음 도착한 마오리는 이곳을 아오테아로아(Aotearoa, 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보다 더 파랗고 맑은 하늘, 끊임없이 흘러가는 구름들은 이곳이 지상 최고의 깨끗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아쉬운 건 은하수보다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마운트 쿡의 밤하늘을 안개 때문에 보지 못한 것. 그렇지만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빙하 덮힌 산봉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운트쿡>
<퀸스타운>
<퀸스타운 가는 길>
■ 우리들의 파티,설날
#12. 여행기간 중 2월5일은 우리의 명절 설날이었다.
우리의 호프 파니. 전날 저녁에 ‘내일이 설날인데, 어디서 떡국을 끓일 수도 없고 어떡하나’ 혼자서 고민을 하는듯했는데, 카이코우라의 돌고래 관광(막상 돌고래는 못보고 물개만 여러 마리 보았음)이 끝나고 맛난 클레이피쉬(철갑새우?) 점심을 마치고 파란 해변가에서 자유시간을 주더니 곧이어 전원을 집합시켜서는 어디론가 인솔해서 갔는데, 리조트 룸을 빌려서 깜짝 파티를 벌였다.
사발면 컵라면, 과자, 과일, 육포, 맥주, 음료수 등.
설 명절에 집 떠나온 여행객을 위한 최고의 배려에 모두들 감격하고 찬사를 보냈다.
남섬의 가이드도 이런 관광객은 처음 만나본다고 했다.
내가 제일 연장자인 탓에 갑작스런 건배 제의를 했다.
“파니의 인솔에 따라 우리가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음을 감사드리고 나머지 여행도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이번 여행에서 느낀 감동, 아름다운 자연을 잊지 말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시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다같이) 위하여, 위하여, 위 하 여!!!”
<설날 파티 / 사진 파니 제공>
■ 우리는 행운아
#13.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던 우리팀.
다들 행운이 따랐다고 하지만 이건 내 덕분임을 우리 팀원은 다들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내가 놀러 갈 땐 오던 비도 그치는 기운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암튼 우리 멤버들은 나랑 같이 갔다는 자체가 행운임을 고마워했고 내게 ‘날씨 요정’이라고 했다.
오히려 구름 한점 없는 뉴질랜드의 하늘을 보는 게 이상하다는 가이드의 말.
세상에나 70 먹은 요정도 있나. . . .
#14
퀸스타운을 출발해서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버스로 3시간 남짓 가던 중 차량에 대한 점검이 있었다. 국립공원의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이며 늘상 있는 일이라고 했다.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가이드의 얼굴이 굳어지고 표정이 이상해진다. 뭐가 걸렸나?
평소에는 랜덤으로 차량을 선택해서 적당히(?) 점검하고 보냈는데, 오늘은 모든 차량을 철저하게 점검하는데, 우리 버스가 전날 운행 중에 앞 유리에 돌이 튀어서 동그랗게 금 간 걸 문제 삼고 통과 여부 결정을 못 하고 있단다. 시간은 자꾸 지체되고. 그때 시간 대략 12시경. 지체되면 오후 1시 30분 예약된 마지막 크루즈 탑승을 못할 수도 있단다. 단속 인원들 여러 명이 와서 보고 만져보고 한참을 그러더니 드디어 오케이 사인을 주었다. 다행~~
옆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이 탄 대형버스는 결국 통행 불가 판정을 받았다며 우리 버스에 몇 명만이라도 동승하게 해 달라고 요청. 흔쾌히 예쓰. 결국 중국인 관광팀은 우리 버스에 동승했던 6명만이 크루즈에 탑승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우린 행운아.
가는 동안에 잠시 잠시 쉴 때마다 파니가 유창한 중국어로 가이드의 말을 통역했다. “여기서 10분간 쉬어 갑니다~”
#15
퀸즈버그를 떠나 오클랜드로 가는 날 아침, 우린 그 유명하다는(파니가 가게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렸다가 주문한) 큼지막한 퍼그버거를 하나씩 들고 마지막 액티비티를 즐기려고 각자 흩어졌다. 12시 45분에 공항으로 출발 예정. 누구는 패러글라이딩, 누구는 루지, 누구는 공원 산책. . .
10시가 좀 넘은 시각, 단톡방에 파니의 메시지가 떴다. “호수변에서 주말 프리마켓 해요”
이곳에서 프리마켓을 볼 수 있다니!
여러 가지 핸드메이드 공예품, 가죽 제품, 그림, 털실로 짠 모자 목도리. . . 그중 압권은 유리 술병을 열을 가해서 납작 평평하게 해서 시계를 만든 제품이었다.
파니의 말에 의하면 그 사람이 하룻밤에 먹은 술병을 눌러서 만든 거라나.
외국여행지에서 프리마켓을 볼 수있었다는 것도 큰 행운.
<플리마켓에서 팔고 있던 유리 술병 시계 / 사진 파니 제공>
<데카포 호수>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잠깐 - 에글링턴 밸리>
■ 에필로그
#1.
뉴질랜드의 관광코스는 파니가 몇 주 동안 직접 다니면서 개발했다고 한다.
좋은 호텔, 멋진 코스, 넉넉한 일정과 맛난 현지 음식을 준비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또 여행을 갈 계획이 잡히면 파니에게, 트래블러스맵에 의논하고 싶다.
#2.
여행 전 비행기 탑승 문제, 캐리어가 하루 늦게 도착하는 황당한 일을 잊어버릴 즈음에 제트스키를 타다가 재미를 위한 급회전 시에 그만 보트를 타고 넘는 파도에 썬글라스가 날아가 버렸다. 이런 세 가지 황당한 일도 뉴질랜드의 추억으로 남았다.
#3. 우리 멤버12명.
약속시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서로가 양보와 배려가 가득.
최고의 팀이었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인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붙임성있게 웃음을 안겨준 우리 막내 강은이, 이담에 또 같이 갔으면 좋겠다, 안녕.
파니, 처음 만나자마자 자기 신상명세를 털어놓으며 상대방과의 마음의 벽을 없앨 줄 아는 친밀감 있고 연령 불문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붙임성 많고 상냥스런 아가씨, 고생 많이 했어요.
그동안 내가 다녀본 여행의 인솔자 중에 최고의 인솔자였고 훌륭한 리더였어요.
#4. 마지막으로,
루피, 그때 파니에게 왜 그랬어요?
파니가 아프리카에서의 그얘기를 하면서 울먹울먹 눈물이 그렁그렁. . . .(웃음)끝.
* 2019년 2월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오신 고**님께서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