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지은 건축물이 천 년을 버틴다는 것

모로코 남부, 아틀라스 산맥과 사하라 사막 사이 어딘가에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라는 크사르(ksar, 요새화된 마을)가 있다. 처음 이 마을을 마주하면 누구나 비슷한 질문을 떠올린다. 저 흙으로 빚은 건물들이 어떻게 수백 년, 심지어 천 년 가까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었을까. 콘크리트도 철근도 없이, 그저 흙과 짚과 물만으로 쌓아 올린 벽이 사하라의 뜨거운 낮과 서늘한 밤, 간헐적인 폭우를 반복해서 견뎌왔다는 사실이 궁금해진다.
아이트 벤 하두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크사르로, 모로코 남부 사하라 대상로 상의 흙벽돌 건축 취락 중 가장 잘 보존된 사례로 꼽힌다. 지금도 소수의 주민이 마을 안쪽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으며, 나머지 다수는 강 건너 신시가지로 옮겨가 생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흙벽돌 건축이 사막 기후에서 살아남은 원리, 대상로 거점으로서의 역사, 그리고 실제로 방문했을 때 어디를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차례로 짚어본다.
피세(pisé) 건축, 사막 기후를 이기는 흙의 공학

아이트 벤 하두를 비롯한 모로코 남부 카스바들의 벽체 공법은 흔히 피세(pisé) 또는 타비아(tabia)라고 불리는 다짐토 방식이다. 흙에 짚, 자갈, 때로는 낙타나 소의 배설물을 섞어 나무 틀에 넣고 강하게 다져 벽을 쌓아 올리는데, 이 벽의 두께는 보통 40~60cm에 달한다. 벽이 두꺼운 이유는 단순히 튼튼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열 관성 때문이다. 사하라 인근 지역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20도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흔한데, 두꺼운 흙벽은 낮 동안 열을 서서히 흡수했다가 밤에 천천히 방출하며 실내 온도를 완충한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이 원리 하나로 사막 한복판에서도 사람이 살 만한 실내 환경이 만들어졌던 셈이다.
문제는 비다. 흙벽돌의 가장 큰 약점은 물이다. 그래서 카스바 지붕과 벽 상단에는 대개 얇은 회반죽이나 석회 마감을 덧대고, 처마를 짧게 내밀어 빗물이 벽면을 타고 흐르는 것을 최소화한다. 정기적인 재도포와 보수도 필수인데, 실제로 아이트 벤 하두는 매년 우기 이후 마을 곳곳에서 벽면 재보수 흔적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건축물들이 저절로 천 년을 버틴 게 아니라, 세대를 거듭한 주민들의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도 국제 지원과 현지 장인들의 전통 공법 복원 작업이 이어지고 있고, 반대로 완전히 방치된 구간은 이미 붕괴되어 흔적만 남은 곳도 적지 않다.
왜 하필 이 자리였을까
흙벽돌 건축이 아무리 뛰어나도 입지가 나쁘면 마을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트 벤 하두는 우니라(Ounila) 강을 낀 언덕 사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관개용수 확보와 방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 선택이었다. 강변의 습기는 흙벽돌 재료가 되는 점토질 흙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해주었고, 언덕 경사는 외부 침입에 대한 자연 방어선 역할을 했다. 마을 정상부에는 곡물을 저장하던 아가디르(agadir, 공동 창고) 유적이 남아 있어, 이곳이 단순 주거지가 아니라 방어와 저장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 취락이었음을 보여준다.
사하라를 잇던 대상로, 그 위의 거점 마을

아이트 벤 하두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건축 그 자체보다 위치에 있다. 이 마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마라케시를 잇는 대상로(caravan route) 상의 핵심 경유지였다. 소금, 금, 노예, 향신료를 실은 낙타 대상들이 팀북투 방면에서 출발해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마라케시로 향할 때, 아이트 벤 하두 같은 크사르는 물과 숙식, 안전을 제공하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마을 구조 자체가 이 기능에 최적화되어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외부에서 보면 미로처럼 얽힌 통로는 대상들을 보호하고 외부 침입자의 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설계였다.
17세기 무렵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마을 구조는, 사하라 무역이 활발했던 시기 이 일대에 부를 축적한 지역 유력 가문들이 카스바(요새화된 저택)를 경쟁적으로 지어 올리며 완성됐다. 마을 안에는 여러 채의 카스바가 밀집해 있고, 각 카스바는 모서리마다 사각형 탑을 세우고 기하학적 문양의 흙 부조로 외벽을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식은 단순한 미감의 표현을 넘어 소유주의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대상로가 사라진 뒤 남은 것
19세기 이후 사하라 대상 무역이 쇠퇴하고 근대 국경과 철도, 도로망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이트 벤 하두 같은 대상로 거점들은 경제적 기능을 잃었다. 실제로 지금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강 건너 편리한 신시가지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쇠퇴가 마을의 원형을 지켜준 측면도 있다. 재개발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근현대 건축 자재가 침투하지 않은 채 흙벽돌 마을 구조가 원형에 가깝게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촬영지로서의 명성, 그리고 실제 촬영 흔적

아이트 벤 하두를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축은 영화 산업이다. 인근 도시 와르자자트가 '아프리카의 할리우드'로 불릴 만큼 대형 스튜디오가 몰려 있는 것과 맞물려, 아이트 벤 하두는 사막과 고대 도시의 이국적 배경이 필요한 수많은 작품의 촬영지로 선택되어 왔다.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왕좌의 게임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여행 정보 채널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을 초입에 서면 촬영 세트의 흔적으로 보이는 인공 구조물과 진짜 카스바가 뒤섞여 있어, 어디까지가 원래 마을이고 어디부터가 세트인지 구분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유명세 때문에 성수기에는 관광객이 몰리는데, 좁은 골목 구조상 사람이 몰리면 사진 한 장 찍기도 쉽지 않다. 마라케시에서 아이트 벤 하두까지는 차로 약 3~4시간 거리이며, 아틀라스 산맥의 티지-앤-티치카(Tizi n'Tichka)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 일정을 짜야 한다.
골목 구조를 읽는 법
실제로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대로 하나 없이 좁은 통로가 계속 갈라진다. 이 미로 같은 구조는 앞서 말한 방어 목적 외에도, 좁은 골목이 만드는 그늘이 한낮 기온을 낮춰주는 기능적 이유도 있다. 골목을 걸을 때는 벽면의 부조 문양과 문틀 장식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가문마다 조금씩 다른 기하학 무늬가 남아 있어, 어느 카스바가 어느 시대에 지어졌는지 대략적인 힌트를 준다. 마을 정상부까지 오르면 아가디르 창고 유적과 함께 우니라 강 계곡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펼쳐진다.
시간대별 빛으로 보는 아이트 벤 하두

사진이나 여행 기록을 남기려는 방문객이라면 시간대 선택이 결과물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오 무렵의 직사광선 아래에서는 흙벽돌 특유의 붉은빛과 질감이 평면적으로 보이고 그림자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태양이 낮게 걸려 있을 때는 벽면의 요철과 부조 장식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마을 전체가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특히 해질 무렵 강 건너편 전망대에서 마을 전체를 조망하면, 흙벽돌 특유의 황토색과 붉은색이 노을빛과 겹쳐 사진에서 흔히 보던 그 색감이 만들어진다.
겨울과 여름의 빛도 다르다. 여름에는 한낮 기온이 매우 높아 이른 아침 방문이 사실상 필수에 가깝고, 겨울에는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옷차림이 필요하다. 사막 지역 특성상 계절과 무관하게 자외선 대비와 수분 보충은 기본이다.
모로코 12일 여정 속에서 만나는 아이트 벤 하두

이런 이야기를 글로 접하는 것과, 실제로 골목 사이를 걸으며 벽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트래블러스맵의 사막의 푸른별, 모로코 12일은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아이트 벤 하두와 와르자자트를 거쳐 다데스·토드라 협곡을 지나 메르주가 사하라 사막까지 이어지는 루트로, 이 여정의 4일차에 아이트 벤 하두를 방문한다. 흙벽돌 마을을 둘러본 뒤 곧바로 영화 스튜디오가 몰린 와르자자트를 거쳐 다데스 협곡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선이라, 사막 건축이 지리적·역사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하루 안에 체감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카사블랑카·마라케시·페스·라바트 4대 도시에 셰프샤우엔과 탕헤르까지 더해 9박 12일 동안 모로코 전역을 도는 일정이며, 전 일정 한국어 가이드와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언어나 이동 부담 없이 아이트 벤 하두 같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참고 최저가는 595만원부터이며, 출발일마다 실제 요금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가격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상담을 통해 출발일별 요금과 진행 중인 할인 여부를 안내받는 걸 권한다.
공정여행 관점에서 본 카스바 방문
아이트 벤 하두처럼 소수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는 유산 마을을 방문할 때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다니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 유산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트래블러스맵은 가능한 구간에서 도보와 현지 교통을 활용하고 로컬 식당과 상점을 우선 이용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지역과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여행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마치며 — 흙이 기억하는 시간

아이트 벤 하두를 떠나며 돌아보면, 이 마을이 특별한 이유는 단단한 돌이나 화려한 대리석이 아니라 오히려 부서지기 쉬운 흙으로 지어졌다는 그 취약함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조금씩 무너지고, 매년 조금씩 다시 발라 세워온 벽. 그 반복된 손길이야말로 이 마을을 천 년 가까이 버티게 한 진짜 비밀이다. 화려한 영화 세트로서의 명성 이면에, 지금도 누군가는 이 흙벽을 매만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걷는다면, 골목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사막의 푸른별, 모로코 12일 여정으로 아이트 벤 하두와 사하라, 페스와 셰프샤우엔까지 모로코의 다층적인 풍경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일정과 출발일을 확인해보길 권한다. 궁금한 점은 카카오톡으로 상담하기를 통해 바로 문의할 수 있고, 이 페이지 하단의 상담하기 버튼을 누르면 AI가 즉시 답변을 준다. 통화가 편하다면 02-2068-2799로 업무시간 내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